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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왜 국방부는 상위 1% 인재를 제대로 활용 못하나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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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뉴스 2023.03.10

http://kid.chosun.com/site/data/html_dir/2023/03/08/2023030802246.html

 

고려대학교 사이버국방학과 홈페이지

 

고려대학교 사이버국방학과, 상위 1% 뽑는 고급인재 지원자 매년 줄어 미달 사태
사이버보안 전문사관 양성 실효성 논란...군 장교 미래보장 없고 업무 만족도 떨어져
우수 인재 활용 위해 사이버안보 본연 업무에 충실한 시스템 등으로 개선돼야


[보안뉴스 김경애 기자] 국가안보 차원에서 양성하고 있는 엘리트 코스의 사이버군 인재 양성이 해당 취지에 맞게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 예산으로 양성되고 있는 상위 1% 인재를 사이버보안 전문사관으로 적재적소로 배치하자는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우수 정보보호 인재, “장교 선배가 군에 오지 말래요”
국방부는 사이버테러와 사이버전쟁의 위협으로부터 우리나라를 방어할 사이버보안 전문장교를 양성하기 위해 고려대학교와 함께 채용조건형 계약학과인 사이버국방학과를 신설했다.

이렇게 신설된 고려대학교 사이버국방학과 입학생은 4년간 등록금 전액을 지원받으며, 군사학, 암호학, 사이버전 관련 법제 등 이론부터 사이버무기 및 방어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는 프로그래밍과 사이버공격 등 실전까지 전문성을 확보한 인재로 육성된다. 졸업 후에는 장교로 임관해 7년 동안 사이버보안 전문사관으로 근무하게 된다.

입학조건도 까다롭다. 양질의 우수 인력을 양성하는 자리인 만큼 정원은 30명으로 제한되어 있고, 상위 1%의 성적 우수자, 해킹대회 우승자, 수학 1등급이 아니면 지원자가 없어도 선발하지 않는다. 소위 말해 엘리트 코스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해마다 지원자가 줄며 정원 미달인 인기 없는 학과로 전락했다.

익명의 A재학생은 “선배들이 절대 장교로 임관하지 말라고 했다”며, “특화된 인력을 뽑아놓고 엉뚱한 일을 시킨다. 지시 받은 다른 업무에 치여 고도화된 보안 기술은 배우지 못한다. 실력 향상은 커녕 되려 능력이 퇴보해 취업도 쉽지 않다며 만류했다”고 고백했다.

 

사이버 전문사관, 처우와 업무만족도 ‘불만족’
올해는 7년 만기 장교 전역자가 배출되는 시점이다. 일반적인 예상대로라면 엘리트코스를 밟아온 그들은 빛나는 최정예 사이버전사로 군을 진두지휘하고 있거나 찬란한 미래가 보장된 곳으로 취업해야 한다. 대기업에서는 이들을 모셔가기 위해 줄서기부터 치열한 스카우트 경쟁이 펼쳐져야 한다. 하지만 이들은 지원받은 등록금을 다시 반납하고 진로를 바꾸거나, 고급인재로 성장하지 못해 취업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고 군에서 이들을 흡수하기 위해 크게 노력하지도 않는다.

스틸리언 신동휘 CTO는 “상위 1%의 인재들이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큰 장교보다는 의대 등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또한, 학생 입장에선 취약점 하나만 잘 찾아도 남부럽지 않은 소득이 발생하기 때문에 열악한 군의 처우와 만족도가 떨어지는 업무에 고개를 돌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의 보안전문가 B는 “관제 볼 사람이 없다며 관제만 보게 한다든지, 본연의 업무와 상관없는 상급자의 업무를 넘겨받는다든지, 부대와 관련한 다른 업무에 차출되는 등의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지 못해 업무의 만족도가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익명의 보안업계 관계자 C는 “군의 생리상 보직이 2년마다 바뀌거나 자주 변경돼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사고가 나면 책임만 지는 형태로 우수한 인재로 양성되기가 쉽지 않은 구조”라며 “국가정책에 따라 배출된 양질의 우수한 인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군에서 사이버전 전술 역량 강화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안 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물론 상위 10%인 3~5명 정도는 사이버 작전 등에 투입돼 만족도가 높다. 이렇듯 우수 인력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행정 업무보다는 연구 및 작전 업무 등으로 특화시켜 업무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는 게 보안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전역을 앞둔 이들의 취업 현실은 어떨까. 전역한 장교가 사회에 나와도 국내 보안업계의 열악한 처우와 함께 자율성이 확보되지 못해 우수한 인재들이 역량을 펼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스틸리언 신동휘 CTO는 “국내 보안업계의 열악한 처우와 함께 자율성이 확보되지 못해 우수한 인력들이 해외 기업으로 빠져나가거나 컨퍼런스에서의 발표, 취약점 제보, 프리랜서 활동 등 개별 활동으로 얼마든지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황이라 기업에서 이들을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내 인적 자원으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우수인재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군 구조와 시스템 개선돼야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권헌영 원장은 “사이버전에서 세계 최고 전력을 보유해야 할 때”라며 “문제를 정의하고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인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한다. 사이버 전문사관 제도를 군의 부수적 장교 양성 프로그램으로 생각하지 말고 사이버군 참모총장 배출 등 군의 구조적인 문제를 직시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여자대학교 김명주 교수는 “어느 분야의 인력을 양성할 때는 중장기적인 수급 계획이 앞서야 한다”며 “장교로서 7년을 근무하고 승진을 하려면 전통적인 야전근무는 필수다. 이게 현실이다. 그러나 사이버전을 담당할 전투요원에게는 사이버공간이 야전임을 인식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고도의 전문 보안인력을 양성하려면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변화 의지와 실천력이 요구된다. 우리 군에 꼭 필요한 요소다. 또한, 여성에게 이제 겨우 개방하기 시작한 우리 군은 최소한 사이버전에 있어서만이라도 여성에게 더 개방적이어야 한다. 사관급이 아닌 준사관급 여성 사이버군을 이제는 길러야할 때다. 사이버상에는 성별 구분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순천향대학교 염흥열 교수는 “정보보호 인력 양성은 다양한 수준에서 다양한 분야로 양성된 수요 기반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최고의 암호 지식을 갖춘 소수의 박사인력 양성에서부터 일반적 수준의 많은 관제인력까지 인력 양성의 스펙트럼이 다양해야 한다. 또한, 정보보호 위험관리 분야, 암호학 등 공통 기반 분야, 네트워크 보안, 시스템 보안, 온라인 인증, 정보보호관리체계 등 인력 활용 분야도 다양하다. 이러한 다양한 인력 수준 및 분야를 고려한 체계적인 정보보호 인력 양성이 요구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인력양성 정책의 수립과 이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교수는 “정보보호 인력 육성도 중요하지만 귀한 인재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인사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삼성 등 일류 기업이 특급 인재를 어떻게 스카우트하고 어떻게 활용하는지, 또 경쟁기업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벤치마킹 해야 한다”며 “특급 인재를 평범한 인력과 구분하지 못하고 형평성, 공정성만 강조한 인사제도를 고집한다면 미래가 없다. 우수한 인재에 맞게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사이버무기 개발 및 사이버작전 업무에 투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려대학교 사이버국방학과의 저조한 지원현황과 군에서의 업무 불만족 등에 대해 군 관계자는 “국방부 대변인실을 통해 공식 입장을 듣길 바란다”며 즉각적인 답변을 피했다. 또한, 국방부 대변인실은 9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담당부서에 전달해 사실 확인과 함께 해당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파악해 보겠다”고 답했으며, 이후 “본지 취재 질의에 추후 답변하겠다”고 밝혔다. 본지는 후속 기사를 통해 국방부의 답변과 입장을 보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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